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
 오락가락하던 장맛비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나 보다. 밤에도 여름의 열기는 식지않는다. 한여름 저녁에 아파트단지를 내다보고 이따금씩 탄성을 지르곤 한다. 그야말로 불야성(不夜城)이다. 건너편 단지의 아파트까지 집집마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베란다문과 창문을 열어 불빛을 쏟아내는 풍경은 한마디로 장관(壯觀)이다. 흡사 불 밝은 번화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늦게까지 있다가 형광등을 끄기 전에 베란다 밖을 한 번 더 내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집이 아직 잠들지않고 불이 켜져 있나 보기 위해서다. 그때마다 새벽까지 군데군데 불을 밝힌 상태다. 아직도 맞은 편 아파트 한 동이 모두다 소등된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늘날 도시의 밤 풍경이다.
습관이 들어서 컴퓨터를 켜기 전에는 늘 커피를 한 잔 탄다.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를, 여름에는 얼음을 띄운 냉커피를 준비한다. 낮 시간에는 잠깐씩 짬을 내어 컴퓨터 앞에 앉고, 밤에는 아이들을 재운 후에 마음껏 컴퓨터를 들여다본다.
인터넷에 접속을 시작한 지는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남편이 가끔 나를 돌아보며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어…..”
그랬다면 아마 난 우울증 환자가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결혼 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며 성취욕이 높은 편이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자아실현을 하던 여자였는데, 결혼을 하고 첫아이 임신 5개월 때부터 애오라지 전업주부가 되었다.
첫아이를 낳고 몰려 왔던 ‘산후우울증’. 하루를 전력질주해도 아이 기르는 일이 서툴러서 막막하기만 했었고, 집안에만 갇혀서 밖에는 나가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책 한 페이지 읽어 볼 여력이 없었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차차 나아졌었는데, 둘째 아이를 낳고는 다시 우울해졌다. 아이가 두 명으로 늘어나니 챙겨야 할 일이 더 많아졌고, 말썽은 끝없이 이어져서 나를 돌아볼 만한 시간은 더 없어졌다. 남편은 일이 많아서 연일 늦게 왔고, 살림이나 육아가 온전히 내 몫이 되다 보니 권태기도 따라서 왔었다.
자꾸만, ‘만약에 결혼을 안했더라면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과거 회상에만 빠지게 되고 베란다에 붙어 서서 물끄러미 창 밖을 내다보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묶는 ‘굴레’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때 조금 경험해보았기에, 지금은 우울증이 있다는 주부들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혼자 앉아 눈물을 펑펑 쏟는 일도 있었고 남편에게도 자주 화를 내니 그가 대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나에게 무언가 소통할 수 있는 여건과 자신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었다.
정보의 바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문. 열린 공간으로의 이동. 세상을 보는 창이야 매스미디어 중 단연코 TV의 위력이 가장 크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창일 뿐이다. 그에 비해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들을 꺼내볼 수도 있고 나의 생각들을 전송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커뮤니케이션 창(窓)이다.
인터넷을 연결한 이후로 웃는 날이 많아졌다. 그 흔한 채팅이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이트는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서 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기에 여기 저기에 응모해보고 행복감을 느낀다.
즐겨가는 사이트를 통해 신문도 보고, 공감대가 느껴지는 멋진 주부들도 많이 만난다. 친숙한 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포인트를 쌓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들을 검색하기도 하고 많이 배운다. 이제는 사는 것이 즐겁다. 내가 즐거워하니 남편과 아이들도 좋아한다.
아직도 아이들은 7살과 4살로 어리지만 예전만큼 손을 필요로 하지않아서 틈틈이 내 시간도 갖고, 양해를 구한 후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행복하게 컴퓨터를 켜서 모니터에 글자들을 채우며, 나 자신의 내면세계를 찾는 여행이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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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