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은 산부인과 영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암으로서, 영국의 경우 매년 7천 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난소암 치료에는 절제술이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환자가 3기 정도에 도달하면 수술로 제거가 어려울 정도로 암이 커지기 때문에 우선 화학요법제로 축소시킨 후에 수술이 시도되어야 한다. 이처럼 난소암이 진행될수록 화학요법제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듭된 화학요법은 환자의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난소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하여 왔다.
1990년대 중반까지 난소암 치료의 표준요법은 시스플라틴(cisplatin)과 같은 백금(platinum) 항암제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와 같은 알킬화제의 병용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임상시험에서 시스플라틴과 파클리탁셀의 병용이 기존 표준요법 이상의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어서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되었다. 이어서 다른 종류의 백금 항암제인 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의 병용도 시도되었으며 시스플라틴보다 독성도 경감되고 투여도 용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연구진은 난소암 환자에게 화학요법의 대안으로 호르몬요법(抗에스트로겐요법)을 실시하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연구진에 의하면, 일부 환자의 경우 항에스트로겐 약물로 환자의 생명을 3년까지 연장시킬 수 있었으며, 다른 환자의 경우 화학요법의 실시를 지연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레트로졸(letrozole)은 아로마테이즈 억제제(AI: aromatase inhibitor)로서 에스트로겐의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암을 공격하는 최신약물인데, 이미 유방암의 치료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로마테이즈는 난소 외부, 특히 유방암 조직에서 많이 발견되는 효소이다. 아로마테이즈는 안드로겐(androgen)과 안드로스테네디온(androstenedione)을 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에스트로겐(estrogen)으로 전환시킨다. AI는 에스트로겐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에스트로겐의 유방암 증식 자극효과를 감소시키고, 그 결과 에스트로겐 의존성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에스트로겐에 고도로 민감한 난소암 환자의 경우에도 레트로졸이 암의 증식과 전이를 지연시킬 것으로 믿고 연구에 착수하였다.
연구진은 에스트로겐수용체 수치가 매우 높은 44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다. 이들은 수술과 화학요법 이후에 암이 재발한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난소암의 지표로 널리 쓰이는 CA-125를 사용하여 종양의 진행상태를 체크하였다. (CA-125는 세포표면 당단백(cell-surface glycoprotein)로서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80%이상에서 증가된 수치를 보인다)
연구 결과, 6개월 후 CA-125 평가가 가능한 환자 42명 중 7명(17%)는 치료에 반응을 보였으며(CA-125 감소율 50% 이상), 11명(26%)은 난소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CA-125가 최저치에 도달하는 데 소요된 시간(중앙값)은 13주였다. 12주 후 방사선반응 평가가 가능한 환자 33명 중 3명(9%)은 부분적 관해, 14명(42%)는 안정상태를 보였으며, 11명의 PFS(progression free survival)는 6개월 이상이었다. ER(에스트로겐수용체 수치)별로 층화(層化)한 CA-125 반응률은 0%(150-199), 12%(200-2490, 33%(250-300)이었다. 이상의 결과는 환자의 생명을 3년까지 연장시키거나 화학요법의 실시를 지연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편 HER2, IGFBP-5(IGF-binding protein 5), trefoil factor 1, 비멘틴(vimentin)의 발현수준은 CA-125의 변화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항에스트로겐 요법을 난소암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서, 난소암에 있어서 호르몬 조절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난소암의 맞춤식 치료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20년 간의 집중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난소암의 진행과정에 대한 이해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왔다. 이번 연구는 난소암 연구와 치료의 획기적인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제 난소암 치료법에 호르몬요법을 추가함으로써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질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Clinical Cancer Research 13,June 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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