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유럽엔 장수(長壽)를 파는 노화 방지 클리닉이 인기몰이 중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6일 치료비로 5백만원, 1년치 약값으로 4천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포천 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장수 클리닉에 거액을 지불해도 회춘을 보장받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장수 클리닉은 호르몬요법 등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찬반 양론이 있는 치료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선뜻 권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라 프레리 클리닉=스위스의 관광도시 몽트르에 있다. 1931년에 문을 연 유럽 최고(最古)의 생명 연장 전문 클리닉이다. 정원이 널찍한 유럽 부호의 별장처럼 보인다.
중앙일보 'Stop! 노화' 취재진은 지난해 12월 초 이곳 객실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잘 갖춰진 실내 수영장.운동시설.식당 등이 눈에 띄었다. 직원은 55명(의사 4명 포함)으로 고객수보다 많았다.
여기서 6일간 지내면서 노화 억제를 위한 세포 재활치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객실 (37개) 등급에 따라 1만6천5백~4만3백80스위스프랑(1스위스프랑은 약 9백원).
노화 억제 치료의 핵심은 폴 니한슨(클리닉 창설자)박사가 개발해 31년 처음 적용했던 세포 재생요법. 동물의 태아에서 얻은 세포를 주사하면 질병에 잘 견딜 수 있게 돼 노화가 지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이 큰 신뢰를 받지 못하자 80년대 말 이 클리닉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양의 간에서 얻은 추출물(CLP extract)을 만들어 노화 사냥에 나섰다. 책임 의사인 치에리 베일리 박사는 "추출물을 접종받은 동물의 수명이 약 50%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암을 예방하고 감기 등 질병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는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년 1천여명이 추출물을 주사받고 있다"며 "18~24개월마다 재접종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전했다.
고객은 주로 유럽.남미.일부 아시아인(홍콩.싱가포르.태국.일본). 한국에서도 매년 한두명은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장수 학자인 유병팔 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이곳의 치료법은 아직 과학적으로 널리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아트 오브 앤티 에이징 클리닉=독일 베를린 중심 조가르텐역(驛)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클리닉(건물 2층 소재)으로 동네 의원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12월 13일 클리닉 대기실엔 젊음을 되찾으려는 환자 7~8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 30대 여성 3명이 포함돼 있는 것이 의외였다.
한 여성은 "20대 중반에 시작되는 노화에 대해 남들보다 일찍 대처하기 위해 매주 한차례 방문한다"며 "스피루리나.코엔자임 Q10.키토산 등을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원장인 로타 몰츠 박사는 "호르몬제는 노화 억제에 큰 도움을 준다"며 "무조건 건강에 해로울 것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이 폐경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처방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발표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노화 억제 클리닉이라면 호르몬제를 처방할 때 반드시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한다는 것이다.
팜스프링스 생명연장연구소=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 도시 팜스프링스에 있다.
이 도시는 '노인의 천국(天國)'으로 유명하다. 길거리나 식당엔 전국에서 모여든 노인들로 붐빈다. 이를 반영하듯 플라자 극장에선 59~89세 '젊은이'들이 펼치는 '폴리스'라는 공연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클리닉(단층 건물)은 94년 재활의학 전문의 에드먼드 첸 박사가 세운 것이다. 매년 약 9백명의 환자가 방문하는데 입원은 안된다.
클리닉 관계자는 "노화 억제를 위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려면 처음에(검사.진찰.호르몬 구입 등) 1천1백달러, 이후 매달 호르몬 구입 비용으로 5백20~9백40달러가 든다"며 "우리 환자는 29세부터 92세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첸 박사는 노화과정에서 텔로미어의 역할을 중시한다. 그는 "인간은 세포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라는 '지하철 패스'를 사용하는데 '정액권'을 모두 쓰면 노화와 죽음을 맞게 된다"며 "노화한 사람의 세포에 텔로미라제를 투여하면 텔로미어가 끊임없이 성장을 되풀이해 젊은 세포상태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한다.
희망의 오아시스병원=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대체의학의 메카'로 통하는 멕시코 티후아나엔 생명 연장 클리닉이 수두룩하다. 티후아나 교외에 있는 '희망의 오아시스병원'은 이 중 하나다. 식이요법.해독요법 등으로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 암환자를 치료한다. 지난 1월 이 병원에서 만난 40대 암환자는 "'암을 겁낼 필요가 없다'는 교육이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며 "그림 짜맞추기와 에어로빅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전했다.
원장인 프랜시스코 콘트라레스 박사는 "일본이나 지중해식 식사를 즐기고 매주 1천5백㎉ 이상의 열량을 운동으로 소모하며 삶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교육한다"고 말한다.
최근 직장암에 걸린 남편을 대신해 이곳에서 3주 프로그램을 배운 어느 한국 여성은 1만9천5백달러를 지불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초프라센터는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와 명상.요가 등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면 오래 살 수 있다고 교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