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성인당뇨병(제2형 당뇨병)에 걸리는 아이들이 미국에서 크게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뚱뚱한 아이들이 성인당뇨병 진단을 받는 경우가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개 10대 초반이고 6세도 더러 있다.
성인당뇨병은 글자 그대로 성인에게 발생하는 당뇨병으로 중년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 성인당뇨병이 아이들도 걸리는 병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전국 통계가 잡히지 않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아과 전문의들은 과거에는 이런 아이들이 1년에 고작 몇 명 정도였는데 199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조슬린 당뇨병 센터는 1990년대 성인당뇨병 진단을 받는 아이들 수가 5배, 그 후 다시 2배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총 10배가 늘었다는 얘기다.
신시내티 메디컬 센터 아동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인 스티븐 대니얼스 박사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는 아이들이 걸리는 당뇨병은 거의 다 제1형 당뇨병인 연소성(年少性) 당뇨병이었다. 성인당뇨병과 연소성 당뇨병은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질병이다.
제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췌장에 있는 인슐린 생산 세포를 공격,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결핍을 가져오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주로 아이들에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제2형 당뇨병인 성인당뇨병은 주로 50대 이후 나타나는 당뇨병으로 체내에서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이들에게 성인당뇨병이 나타나는 것인가? 과식과 운동 부족이 주범이라는 데 의사들은 이견이 없다. TV 앞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은 것과 학교의 청량음료 자동판매기가 문제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아이들은 하루 4통 정도 청량음료를 마시는 데 이 정도면 1천 칼로리가 추가된다.
텍사스 아동병원 당뇨병 치료실장 모리 헤이먼드 박사는 성인당뇨병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고 지적한다. 또 거의 모두 흑색표피증(黑色表皮症)이라고 불리는 피부반점 증세를 겪는다.
이 검은 반점은 목을 비롯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나타나는데 몸이 인슐린에 효과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인슐린 저항의 표시라고 헤이먼드 박사는 설명한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 인슐린 저항으로 호르몬 부조가 발생, 얼굴에 털이나 여드름이 나타나거나 난소에 낭종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인슐린 저항은 당뇨병 전구증세를 거쳐 성인당뇨병으로 이어진다고 미국 당뇨병학회 회장이자 로스앤젤레스 아동병원 내분비 내과 과장 프랜친 카우프만 박사는 말한다.
미국 당뇨병학회는 아이들이 과체중이고 부모가 당뇨병 환자이거나 인슐린 저항이 있는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성인당뇨병 검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