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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산다는 것이란? - 피터팬증후군과 젊음
작성일
2005.10.11
조회
34
37세의 한남자가 내원했다. 그 남자는 나이보다 젊게 보였다. 찢어진 청바지, 잠바를 걸쳤고, 머리에는 염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니 결혼생활이 걱정되어 잠이 안온다고 한다. 재미있게 놀때는 몰랐는데, 결혼을 하려고 하니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자꾸 기대려고 한다면서 본인은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의존적인 여자친구를 둔 것 같아 조금 자세히 물어 보았다.
마음속으로 독립을 못하는 피터팬 증후군 “어떤 식으로 많이 기대나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지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하고, 돈도 나 혼자서 벌어 오래요. 결혼하면 일도 가볍게 하고, 여자친구한테 경제적이든 뭐든 기대고 살고 싶었는데, 여자친구도 나한테만 기대려고 해요. 전 엄마같이 뭐든 해결해주는 여자가 좋거든요. 이제 나이 들어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결혼을 하려고 하면 꼭 이런 문제가 걸리더라구요” 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아. 실제 의존적인 건 여자친구가 아니라 앞에 있는 남자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같이 마음속으로 독립을 못하고 있는 남자들을 일컬어 ‘피터팬 증후군’ 이라고 한다. 즉 동화 속에 나오는 피터팬처럼 현실의 어른 사회로 끼어들지 못하고 있는 현대사회 남성들의 마음을 말한다.
몸은 성인, 마음은 유아 피터팬 증후군은 남성들을 일컫는 말이나, 여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피터팬 증후군은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젊은 문화를 흡인하고, 재창조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직장이나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남자처럼 겉으로는 젊게 살지만, 속으로는 이성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면서 자신이 의지하지 못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젊게 사는 것이 아니라 미숙하게 사는 것이다. 자신의 발달 과업인 결혼이나 이성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고립되고, 자신의 정서와 비슷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20대와 관계를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과제에 부딪히게 되면 피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내적으로는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유아적인 욕구인 것이다.
미성숙하고 자기중심적인 것이 원인 사람들은 자신의 발달에 맞는 과업이 있다. 이를 이루지 못하면 괴롭게 살아야 된다.
20대는 이성과의 관계, 30·40대는 직장 취업과 승진·성공, 50대 이상은 인생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것이 대개는 발달 과업이다. 이것을 잘 이뤄야 마음속으로 건강해진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남자는 20대의 과제인 이성과의 관계를 30대 후반까지 끌고 가다보니 젊게는 살지만 마음속으로는 괴로운 일이 생긴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충분히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성장하지 못했고, 자기중심적으로 자라난 경우가 많으며, 질서나 문화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문화적 충돌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거기에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삶의 형태도 새로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인양 알게 됐다. 이런 것이 피터팬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유연성과 발달 과업 그렇다면 젊게 살면서도 괴롭지 않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젊게 살면서도 괴롭지 않게 사는 것은 건강하게 젊게 사는 것이다. 건강하고 젊게 살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신체의 유연성이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과 틀리더라도 그 사람의 장점을 잘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반대되는 말은 완고함이다. 완고함은 자신의 것이 아니면 배척하고 그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정보와 문화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유연성이다.
또한 젊게 살기 위해선 발달 과업에 충실해야 한다. 30대의 경우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젊은이들의 문화속으로 같이 들어가야 한다. 50대의 경우도 배우자와 함께 인생을 돌아보고 느끼면서, 젊은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한다.
젊게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해야 하고, 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동년배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동년배와 잘 동화되는 발달적 과제를 공유하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잘 흡수한다면 이런 일은 없다. 발달과업에 충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새로운 문화만을 쫓아 가다 보면 자신의 미숙함을 다시 드러내는 꼴이 된다.
“어떤 식으로 많이 기대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