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이 2019년 3월 20일부터 4월 18일까지 약 한 달간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SCI(Science Citation Index)는 미국 톰슨 사이언티픽(Thomson Scientific, 구 ISI)사가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자료다. SCI에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구축한 1000만 건 이상의 과학기술 정보가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논문이나 책 등을 얼마나 많이 인용했는지 알려주는 인용 지수는 물론 어떤 논문에 인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차병원보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학술지에 게재된 우수 논문 중 연구 실적과 논문 인용 지수, 연구 기여도 등을 폭넓게 고려해 엄선한 논문을 매달 한 건씩 소개한다. 이달에 소개할 논문은 2019년 5월 유수의 국제 학술지 <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린 강남차병원 내과 조유리 교수의 ‘시클로피록스 약물 재창출을 통한 B형간염 치료제 후보 물질 발굴’이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약물 개발 필요성 대두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HBV)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간 질환 중 하나로, 만성으로 이어질 경우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에는 만성 B형간염을 치료하려고 DNA를 복제해 새로운 가닥의 DNA를 합성하는 DNA 중합 효소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왔으나 중합 효소의 돌연변이에 의해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새로운 치료제도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의 농도를 극도로 낮출 수는 있지만, B형간염 표면 항원까지 제거할 수는 없어 완치를 기대하기 매우 힘든 실정이다. 이에 B형간염 바이러스의 조립 자체를 억제하는 약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바이러스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시클로피록스 발굴

이런 상황에서 강남차병원 내과 조유리 교수와 GIST 생명과학부 박성규 교수팀, 서울대학교 김윤준 교수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항진균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시클로피록스(Ciclopirox)가 B형간염 바이러스의 조립을 억제해 새로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약물과 약물 디자인을 탐색했으며,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이미 약품으로 승인된 물질 약 1000종 가운데 B형간염 바이러스의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클로피록스에 주목했다.

비임상 시험에서도 안전성 확인

GIST 생명과학부 박성규 교수팀이 시클로피록스가 이미 형성된 B형간염 바이러스의 단백질 입자에 들어가 구조를 변성시키고 단백질 입자를 풀어주며 바이러스를 파괴함을 밝혀냈고, 이 이론을 기반으로 강남차병원 내과 조유리 교수는 비임상 시험을 통해 실험 쥐의 간을 사람의 간세포로 대체한 뒤 시클로피록스를 경구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들은 향후 개발한 치료제와 중합 효소를 억제하는 기존의 약물 치료제를 병행해 후속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B형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